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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오너를 위한 새로운 충전 솔루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2023. 04. 06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충전 솔루션을 제안했다. 전기차 오너의 편의와 안전을 모두 개선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소개한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전기차를 내놓으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기차 판매 성장에 비해 발전이 더딘 전기차 관련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 전기차 오너의 편의 및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앞서서 경쟁력 있는 차량의 개발은 분명 중요한 부분이지만, 관련 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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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쟁력 뛰어난 전기차의 개발 및 생산 뿐만 아니라 전기차 오너의 편의를 향상하고,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현대차그룹의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좋은 예다. 시범 운영 중인 제네시스 무선 충전 서비스 역시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도입한 이와 같은 신기술은 고객에게 유익한 전기차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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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utomatic Charging Robot, 이하 ACR)을 통해 한층 편리한 전기차 충전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ACR은 충전 시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고객의 편의는 높이는 암(arm) 형태의 로봇이다. ACR은 1980년대 방영하며 인기를 끌었던 ‘형사 가제트(Inspector Gadget)’의 주인공 가제트가 사용하는 ‘만능 팔’처럼 로봇 팔이 전기차의 충전구를 인식하고 충전 커넥터의 삽입부터 탈거까지 모든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한다.

 

향후에는 자율주행과 연계하여 전기차의 주차부터 충전 종료 후 이동까지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현재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충전에 있어 고객의 편의성 개선은 물론이고 고전류에 따른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색다른 충전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ACR의 개발을 주도한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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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CR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를 구입한 고객의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충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됐다. 또한 초고속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 케이블이 점차 크고 무거워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직접 충전이 어려운 교통약자(장애인, 임산부 등)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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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과 비교하여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ACR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범용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충전 로봇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 여러 제약이 생기는 편이다. 우리는 충전에 특화된 구조로 전기차 충전 전용 로봇을 직접 개발하였다. 중력 보상 기술 등을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모터 용량으로도 무거운 충전 케이블을 다룰 수 있다거나, 외부 사용이 가능하도록 방수∙방진이 가능한 구조를 적용한 것이 이 덕분이다. 제어 소프트웨어도 내재화된 기술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기능 확장성과 유지보수성 면에서 다른 회사보다 우수한 편이다. 로봇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우리 손을 거쳤고, 직접 만들었으며 현재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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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체 개발한 모터 드라이버는 충전 로봇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모터 드라이버는 충전 로봇의 각 관절에 내장된 모터의 위치와 속도, 토크를 제어하여 로봇이 정확한 위치에 원하는 힘을 전달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자체 개발한 모터 드라이버는 하나의 모터 드라이버가 총 3개의 모터를 동시에 구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두 개의 모터 드라이버를 통해 총 6개의 액츄에이터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설치 공간을 줄이고, 배선을 간소화하여 작업 공수와 고장의 위험을 줄였다. 또한 정비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향후에는 모터 구동 펌웨어의 내재화로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에너지 효율 향상, 고장 진단, 수명 예측 등과 같은 부가 기능들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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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부에 설치되는 ACR은 다양한 날씨 환경에 대한 대비가 필수라고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의 ACR은 작은 부품 하나부터 구조 설계까지 실외 사용조건을 고려하여 개발되었다. 결과의 검증을 위해 공인인증기관에서 IP65 등급 시험 및 고∙저온 구동 시험도 완료하였다. 또한 현재도 충전 로봇 시제품을 연구소 내 야외 충전소에 설치하고 관찰하는 중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1년간 다양한 날씨 환경에 ACR을 직접 노출시켜 개선할 점을 지속적으로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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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대차그룹은 이미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무선 충전 기술도 편의성 측면에서 뛰어난 편이다. 개발자의 관점에서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무선 충전 기술도 사용자 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완속 충전기를 대체할 정도의 충전 속도를 갖추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충전기의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고속 충전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ACR은 초고속 충전기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선 충전 기술과 비교하여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사용되는 충전기의 하드웨어를 변경하지 않고도 연결할 수 있어 호환성과 사업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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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기차와 ACR 사이에 통신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현재 ACR은 기본적으로 무선통신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통신 방식을 통해 차량의 접근 및 주차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차량의 충전구를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충전 로봇을 위해 재정 중인 국제표준방식과 PoC를 위한 자체 프로토콜 방식을 모두 개발 중이다.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과 ACR 사이에 통신을 진행하고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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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일 충전구에서 충전기가 탈거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정전 등의 요인으로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겼을 때 일어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일반적인 로봇팔은 전원 공급이 끊길 경우 각 관절에 브레이크가 작동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무거운 로봇팔이 낙하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수동으로 로봇팔을 움직일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개발한 ACR은 최적화한 구조와 중력보상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관절에 브레이크를 장착하지 않았다. 로봇팔이 낙하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전원 공급이 끊긴 상황이라도 사람이 직접 로봇팔을 움직여 충전기를 탈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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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CR은 충전구를 어떤 방식을 통해 인식하는가?

 

충전기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ACR과 충전구의 3차원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는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하여 6자유도 자세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서 6자유도란 3차원 공간 상에서 물체가 갖는 위치(position)와 방향(orientation)을 나타내는 6개의 변수를 의미한다. 우선, 충전구 모양을 비전 관점에서 분석하여 다양한 조건에서도 검출도를 높일 수 있는 특징점을 자체적으로 정의했다. 이 데이터로 학습된 딥러닝 네트워크로 충전구의 위치와 내부의 특징점을 인식한다. 그 후 획득한 특징점과 대응되는 3D 포인트 클라우드를 추출하고, 이 점군의 기하학적 구조를 대표하는 파라미터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찾아낸 뒤, 최종적으로 6자유도 결과를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낸 로봇과 충전구의 상대적인 6자유도 정보는 로봇 제어를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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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차 구역에 차량을 제대로 주차하지 않으면 ACR이 충전구를 인식하는 데 문제가 있나?

 

주차된 차량의 충전구가 로봇 비전의 인식 범위 밖에 있으면 충전을 시작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CTV와 같은 외부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주차 상태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충전구 인식과 마찬가지로 딥러닝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인식한 후 차량 자세를 계산하기 위해 주변 지형지물(차량 번호판, 주차선 등)의 관계를 활용한다. 이 기술을 통해 운전자에게 충전이 가능한 주차 상태를 가이드하거나, 로봇에게 충전구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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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CR과 함께 개발된 세이프티 폴(Safety Pole)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세이프티 폴(Safety Pole)은 충전 중 안전을 위해 장애물의 침입을 감지하여 알람을 울리고, 로봇의 동작을 제한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세로로 세워진 세이프티 폴에 장착된 레이저 포토 센서를 이용하여 감지 영역을 구축한다. 설치된 환경에 따라 감지 길이를 변경하면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가 가능하다. 세이프티 폴은 향후 ACR 이외에도 정해진 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로봇과 연동하여 사용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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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CR의 유저 친화적 요소를 구현하는 작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계 장치의 도움으로 편의성을 높이는 일 외에 유저 친화적 환경을 만든다는 건 무엇인가?

 

기존에 없었던, 내가 잘 모르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사람은 호기심과 더불어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 차량 시대에 누렸던 일련의 사용자 경험을 로봇이 대체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용자가 이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UX 디자인 영역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딱딱한 로봇의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보다 유연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는 곡선 형태의 디자인이나 고객에게 상황 별 안내 또는 주의/경고 피드백을 주는 등의 UX 솔루션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ACR 외에도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로보틱스 기술 기반의 다양한 HRI(Human Robot Interaction)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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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기차 충전 로봇이 향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차량의 자율주행 및 주차 기술과 충전 로봇이 원활하게 연동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개발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및 주차 기술, 차량 관제 기술 등의 개발자들과 협업하여 향후 고객에게 더 나은 충전 인프라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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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소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과 같이 로보틱스랩에서 개발 중인 모빌리티 관련 신기술은 또 무엇이 있는가?

 

전기차 충전 로봇을 자율 주차 관제 시스템이나 이동형 레일과 결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초고속 충전기의 경우 설치비용이 비싼만큼 다수의 기기 설치가 쉽지 않다. ACR을 이동형 레일에 적용한다면 초고속 충전기 1대로도 여러 위치의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충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초고속 충전인프라 서비스를 많은 고객이 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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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혜진, 조혁수

영상. 남도연, 정희돈, 우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