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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보행 돕고 전기차 충전 척척…K로봇, 300조 시장 진격 "로봇 상용화 앞당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 가보니

2021. 12. 27

"로봇 상용화 앞당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 가보니

 

-하반신마비 환자 위한 `멕스` 임상 마치고 FDA 등록 나서
-힘든 작업도 가능케 하는 로봇 무릎 굽힌채 2㎏ 드릴작업 거뜬
-작년 인수 보스턴다이내믹스 車기업 강점 살려 융합 연구 물류 상하차 돕는 로봇 개발

"지잉~ 지잉~." 작은 기계음과 함께 왼쪽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지팡이처럼 생긴 '클러치'의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오른쪽 발이 움직였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슈트처럼 기자의 다리를 감싸고 있던 로봇 다리가 자연스럽게 한 걸음씩 움직였다.

 

다리에 전혀 힘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기자가 착용한 것은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이 하반신 마비 환자의 이동을 돕기 위해 개발한 의료용 로봇 '멕스(MEX)'의 최신 버전이다.

 

지난 16일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된 '멕스' 최신형은 기존 제품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지난가을 미국에서 사용성 평가를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장인 현동진 상무는 "시장 상황과 규제, 소비자 요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로봇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2024~2025년이 되면 현대차가 개발한 로봇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봇 분야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 기업들이 잇달아 로봇 기술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 역시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미 '벡스(VEX)'와 '첵스(CEX)'로 불리는 산업용 착용 로봇을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이 밖에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 로봇, 고객 대응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16일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2018년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했다. 이듬해엔 조직을 로보틱스랩으로 격상해 힘을 더 실어줬다. 로보틱스랩의 인력 규모는 비공개다. 다만 업계는 인력과 연구 분야는 물론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계열사와의 협력 연구 등을 고려할 경우 그 규모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으로 보고 있다.

 

로보틱스랩에서 처음 기자를 반긴 것은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의 테스트 버전이었다. 올해 1월부터 현대차 서울 송파대로 지점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달이'의 매끈한 외관과 달리 테스트 로봇은 마치 터미네이터의 내부를 보듯 전선과 칩이 드러나 있었다.

 

이날 '달이'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4개의 휠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커다란 박스가 앞을 가로막자 로봇은 부딪치지 않기 위해 뒤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돌발 상황에서도 속도를 조절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했다.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로봇 팔이 전기차 충전구를 빠르게 인식하고 케이블을 꽂고 충전을 시작했다. 윤병호 현대차 파트장은 "이 로봇은 아이오닉5와 같은 전기차와 무선으로 통신하며 작동한다"며 "운전자가 차를 주차하면, 전기차가 자동으로 로봇 근처로 이동하고 차주가 사전에 입력한 만큼 충전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로봇 기술은 상용화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팔과 다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벡스'와 '첵스'도 체험했다. '벡스'를 착용하고 2㎏의 전동 드릴을 들었는데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공구를 5초 이상 머리 위로 들고 있기 어려웠는데 '벡스'를 착용하자 20초 이상 들고 있어도 팔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첵스'는 허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에서 앉은 자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줄여줬다.

 

현 상무는 "관절 기술을 이용한 웨어러블 로봇 외에도 로봇의 실내외 이동을 확장하는 신개념 모빌리티 플랫폼과 배송 서비스 로봇 기술 또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의 교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빅도그'를 비롯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을 개발하며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현 상무는 "자동차 회사가 갖고 있는 강점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관절 로봇'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이를 이용해 산악 지형 이동이 가능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바퀴'가 있어야만 움직인다는 모빌리티 개념이 확장되는 것이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스팟'을 비롯해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의 상용화를 예고하면서 연구 기업에서 판매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